집중력 올리겠다고 쓰는 것들이 고작 커피, 몬스터, 아니면 좀 안다고 꺼드는 게 니코틴.
그래, 그 정도만 써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약 좀 빠는 친구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근데 그건 그냥 시동 거는 수준이다.
엔진 자체를 바꾸는 게임은 차원이 다르다.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할 건, 그 엔진의 설계도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거다.
아마존 독개구리 한 마리가 현대 약리학 전체를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그 피 튀기는 개발 전쟁의 서막을 열어주겠다.
남미에 가면 앤서니 독화살 개구리라는 놈이 산다.
이름과는 달리 이놈 독은 화살에 쓰인 적도 없다.
웃기는 건, 이 놈이 독을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가 쳐먹는 벌레들로부터 얻는다는 거다.
즉, 사육하면 그냥 평범한 개구리일 뿐이다.
근데 이놈 피부에서 나오는 “에피바티딘”이라는 알칼로이드, 이게 진짜 물건이다.
이걸 복용한 다른 동물은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 전신이 마비되고, 결국 질식해서 뒤진다.
연구자들이 여기에 눈이 돌아간 이유가 있다.
이 독이 유발하는 진통 효과가 모르핀의 200배에 달하면서도, 아편계처럼 중독이나 의존성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진통제가 아니다.
신경계의 작동 방식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핵폭탄급 열쇠였다.
문제는 이놈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다는 거다.
진통 효과를 내는 니코틴성 수용체(α4β2)만 조지는 게 아니라, 무스카린성 수용체까지 건드려서 온몸을 마비시키고 죽여버린다.
이건 마치 적군 사령부를 폭격하려다 아군 보급부대까지 통째로 날려버리는 짓이다.

그래서 이 바닥의 진짜 고수들, 애보트 연구소 같은 군수공장들이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목표는 단 하나.
에피바티딘이라는 통제 불능의 버서커에서, 치명적인 독성(무스카린성 효과)은 제거하고, 오직 우리가 원하는 표적 타격 능력(니코틴성 진통/각성 효과)만 남긴 정예 스나이퍼를 만들어내는 것.
첫 번째 프로토타입은 “에피복시딘”이었다.
결과는?
실패작이다.
원본보다 진통 효과는 10분의 1 토막 났으면서, 독성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건 마치 위력은 약해졌는데 아군 오폭 가능성은 그대로인 불량 무기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임상에서 퇴출됐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거다.
진짜 게임은 애보트 연구소가 ABT라는 코드네임으로 무기를 뽑아내면서 시작된다.
첫 번째 놈, ABT-594.
이놈도 나가리다.
니코틴성 수용체인 α4β2와 α3β4를 자극해서 통증을 잡으려고 했지만, 위장 장애 같은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했다.
전장에서 배탈 나서 전투에 집중 못 하는 병신 같은 꼴이다.
이런 놈을 실전에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
이것도 결국 폐기 처분.
두 번째 놈부터가 흥미로워진다.
ABT-418.
이놈은 전략을 바꿨다.
α3β4는 건드리지 않고, 핵심 타겟인 α4β2와 α7, 그리고 아주 독특하게 세로토닌 수용체(5-HT3)까지 건드린다.
덕분에 신경보호 효과에 항불안 효과까지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나 ADHD 환자에게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돌았다.
하지만 난 여기서 고개를 저었다.
세로토닌 수용체를 직접 자극한다고?
그건 뇌에다 대고 러시안룰렛 하는 짓이다.
왜 제일 잘 팔리는 항우울제가 세로토닌을 직접 쑤시는 약이 아니라, 재흡수를 막는 SSRI 계열이겠노?
수용체를 직접 후드려 패면 결국 다운레귤레이션, 즉 수용체 민감도 저하로 이어진다.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리는 무식한 짓이다.
단기적으로는 혹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뇌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진짜 고수는 시스템을 조율하지, 스위치를 그냥 눌러버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쓸 만한 놈이 등장한다.
ABT-089, 다른 이름은 “포자니클린”.
이놈이 바로 우리가 찾던 스나이퍼다.
니코틴이 주로 작용하는 α4β2 수용체에 정확히 꽂히고, α6β2에는 부분 작용제로 살짝만 건드린다.
중요한 건, 불필요한 타겟인 α7과 α2β4는 아예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정밀 유도탄이다.
다른 프로토타입들과는 달리 부작용도 적어서 ADHD 환자들 임상까지 들어갔다.
당연히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와 함께, 집중력과 주의력을 끌어올리는 능력도 보여줬다.

자, 이제 그림이 보이노?
니코틴 껌이나 빨면서 각성 효과 운운하는 건, 전쟁터에서 딱총 들고 설치는 것과 같다.
진짜 전쟁은 보이지 않는 수용체 레벨에서 벌어진다.
에피바티딘이라는 야생의 독에서 시작해, 수많은 실패와 데이터를 거쳐 ABT-089라는 정밀 무기를 만들어내기까지.
이건 단순히 약물 개발의 역사가 아니다.
인간의 신경계를 해킹하고 지배하려는 자들의 처절한 전투 기록이다.
물론, 이 무기들이 니코틴보다 무조건 좋다는 소리는 아니다.
니코틴성 수용체 중에 우리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놈이 있는지, 아직 100% 확신할 수는 없다.
내가 진짜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니코틴성 시스템을 정밀하게 타겟팅하면서, 동시에 무스카린성 M1 수용체까지 조직적으로 컨트롤하는 거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지금 할 때가 아니다.
결론은 단순하다.
뇌를 지배하고 싶다면,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독개구리 피부에 있는 독극물과, 그걸 길들여 무기로 만든 연구소의 기록.
이 모든 게 하나의 교훈을 가리킨다.
진짜 고수는 약물 리스트를 외우는 놈이 아니라, 그 약물들이 어떤 전장에서, 어떤 규칙으로 싸우는지 꿰뚫어 보는 놈이다.
독에서조차 무기를 찾아내는 자만이, 이 지독한 싸움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
참고 자료
1.에피바티딘의 발견과 잠재력 (Daly, J. W., et al., 2000)
Alkaloids from frog skin: the discovery of epibatidine and the potential for developing novel non-opioid analgesics.
독개구리 피부에서 에피바티딘을 발견하고, 이것이 새로운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어떤 가능성을 열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보고서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
https://pubmed.ncbi.nlm.nih.gov/10821107/
2.에피바티딘의 진통 효과 (Traynor, J. R., 1998)
Epibatidine and pain
에피바티딘의 강력한 진통 효과를 분석하고, 그 작용 기전이 기존 아편계와 어떻게 다른지 파고든 자료.
모르핀의 200배 효능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https://pubmed.ncbi.nlm.nih.gov/9771274/
3.ABT-418의 신경보호 효과 (Donnelly-Roberts, D. L., et al., 1996)
In vitro neuroprotective properties of the novel cholinergic channel activator (ChCA), ABT-418
애보트 연구소의 초기 개발품인 ABT-418이 시험관 환경에서 어떻게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보이는지 보여주는 연구다.
https://pubmed.ncbi.nlm.nih.gov/8782861/
4.ABT-089의 ADHD 치료 효과 (Wilens, T. E., et al., 2006)
ABT-089, a neuronal nicotinic receptor partial agonist, for the treatment of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in adults: results of a pilot study
최종 병기에 가까운 ABT-089(포자니클린)를 성인 ADHD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에 대한 초기 임상 연구 결과다.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하기 시작한 데이터다.
https://pubmed.ncbi.nlm.nih.gov/164998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