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붓는 독극물, 사린가스 #6

후배놈이 뇌 부스팅 한답시고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에 대해 묻더라.

그 질문 듣고 딱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이 놈은 지금 지 뇌에다 사린가스를 부을까 말까 고민하는구나.”

정신 차려라.

이건 영양제 깔짝대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전쟁 무기와 약의 경계에 선, 존나게 위험한 독극물에 대한 이야기다.


몸의 모든 움직임, 모든 생각은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관장한다.

이놈은 근육을 수축시키고, 기억을 저장하는 기본 병력이다.

근데 이 병력이 임무를 마치면 바로 해체되어야 전장이 깨끗해진다.

그 해체 작업을 하는 놈이 바로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라는 효소, 일종의 청소부다.

이 청소부가 아세틸콜린을 아세테이트와 콜린으로 분해시켜서 시스템을 정상으로 되돌린다.

근데 이 청소부의 발목을 잡는 놈들이 있다.

그게 바로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다.

문제는 이 억제제에 두 종류가 있다는 거다.

하나는 가역적인 놈, 또 하나는 비가역적인 놈.


가역적 억제제는 청소부의 팔을 잠깐 붙잡았다가 놓아주는, 말 그대로 통제 가능한 도구다.

알츠하이머 환자들 뇌에 아세틸콜린이 부족하니까, 이 약을 써서 청소부 활동을 잠시 늦추고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여서 인지 기능을 보조하는 거다.

이건 의사가 쓰는 약의 영역이다.


진짜 문제는 비가역적 억제제다.

이 새퀴들은 청소부의 팔을 붙잡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영구적으로 분자 구조를 바꿔버려서 효소 자체를 파괴해버린다.

이건 암살자다.

한번 작동하면 되돌릴 수 없다.

그럼 어떻게 되겠노?

전장에 아세틸콜린 병력이 미친 듯이 쌓인다.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거다.

그걸 콜린성 위기라고 부르는데, 그딴 점잖은 표현 안 쓴다.

그냥 전신 근육이 의지와 상관없이 발작적으로 수축하다가 결국 마비되고, 호흡근까지 멎어서 숨 막혀 뒤지는 거다.

이런 미친 독극물을 왜 만들었냐고?

딱 두 가지 이유다.

첫째, 벌레 죽이려고

사람들이 유기농 채소 찾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농약으로 쓰는 말라티온, 다이아지논 같은 놈들이 바로 이 비가역적 억제제 계열이다.

둘째, 사람 죽이려고.

VX가스, 사린가스.

이게 바로 인간을 위해 개발된 최악의 살인 병기다.


사린가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새퀴들이 이걸 어마어마하게 비축해 놨다.

근데 왜 안 썼는지 아노?

히틀러 그놈이 기묘하게도 사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군 지휘부에선 이거 쓰자고 조온나게 졸라댔지만 끝까지 막았다.

역사가들은 그 이유를 히틀러 본인이 1차 대전 때 영국군이 쓴 화학무기 쳐 맞고 일시적으로 실명까지 갔던 경험 때문이라고 본다.

직접 그 지옥을 맛본 놈이라, 이론만 떠드는 참모들보다 더 정확히 그 무서움을 알았던 거다.

실전 경험자가 항상 정답이다.


근데 이 지옥의 무기를 진짜로 써버린 등신들이 있다.

일본의 옴진리교라는 사이비 집단.

아사하라 쇼코라는 대가리 꽃밭인 교주 새끼가 1995년에 도쿄 지하철에서 민간인들한테 사린가스를 살포했다.

수천 명이 다치고 열 명이 넘게 죽었다.

이게 바로 강력한 화학물질이 무지한 놈 손에 들어갔을 때 벌어지는 참사다.


가역적 억제제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환자의 인지 저하를 막거나, 뚜렛 증후군 틱을 줄이는 데 쓰이는 약이 될 수 있다.

자각몽 유도한다고 좋아하는 놈들도 있더라.

하지만 이것도 시스템에 대한 이해 없이 뇌 기능 향상시킨다고 덤비는 순간, 독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비가역적 억제제?

이건 약이 아니다.

살충제고, 전쟁 무기다.

테러리스트나 쓰는 물건이다.

이걸 인지 능력 향상에 쓴다는 발상 자체가 뇌가 녹아내렸다는 증거다.


결론은 간단하다.

독과 약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차이를 가르는 건 성분이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자의 지식과 통제력이다.

상대하는 게 단순한 영양소가 아니라, 한순간에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화학 병기일 수 있다는 걸 뼛속까지 새겨라.

무식한 놈 손에 쥐어진 힘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향한 총구가 될 뿐이다.


참고 논문

1.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의 총정리

이 논문 하나면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가 가역적(약)과 비가역적(독)으로 어떻게 나뉘고, 각각 어떤 원리로 신경계를 조지거나 혹은 살리는지 완벽하게 정리된다.

모든 논의의 시작점이자 기본 중의 기본이다.

Colovic, M. B., et al. (2013). Acetylcholinesterase inhibitors: pharmacology and toxicology. Current neuropharmacology, 11(3), 315-335.

(콜로빅, M. B., 외. (2013). 아세틸 콜린 에스테라아제 억제제 : 약리학 및 독성학. 현재 신경 약리학)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648782/


2. 독극물에서 치료제로의 진화

사린가스 같은 맹독성 신경 독소에서 어떻게 알츠하이머 치료제라는 약이 탄생했는지, 그 개발의 역사를 싹 다 훑어주는 논문이다.

독과 약이 어떻게 한 뿌리에서 나왔는지, 그 경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다.

Singh, M., et al. (2013). Acetylcholinesterase inhibitors as Alzheimer therapy: from nerve toxins to neuroprotection. European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 70, 165-188.

(Singh, M., 외. (2013). 알츠하이머 치료제로서의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신경 독소에서 신경 보호까지. 유럽 의약 화학 저널)

https://pubmed.ncbi.nlm.nih.gov/24184281/


3. 사린가스: 실전 임상 보고서

신경가스 사린 하나만 제대로 조진 논문이다.

나치가 어떻게 개발했고, 1995년 도쿄 지하철 테러에서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을 보이며 죽어 나갔는지, 그 참혹한 임상 결과를 분석한 자료다.

이게 바로 비가역적 억제제의 현실이다.

Yanagisawa, N. (2014). The nerve agent sarin: history, clinical manifestations, and treatment. Brain and nerve= Shinkei kenkyu no shinpo, 66(5), 561-569.

(야나기사와, N. (2014). 신경 작용제 사린 : 역사, 임상 증상 및 치료. 뇌와 신경= 신케이 켄큐노 신포)

https://pubmed.ncbi.nlm.nih.gov/2482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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