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제는 단거리 스프린터다

“아나바 정도는 뭐 그냥 맘 편히 먹어도 괜찮죠?”

이따위 말을 입에 담는 순간, 이 친구는 이미 지 간을 신께 바치겠다는 헌납 의식을 마친 거다.

17알파 알킬화.

이 세 글자의 무게가 뭔지도 모르면서, 경구제를 입에 턱턱 털어넣는다는 건, 수류탄을 뽑은 채 가슴에 품는 짓이다.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우선 17알파 알킬화 딱지가 안 붙은 녀석들부터 정리하고 가자.

얘네는 주력 부대 아니다.

특수전이나 뒷라인 보조용이다.


예를 들어 프로바이론.

딱 하나의 역할.

초짜가 생애 첫 사이클에 들어갔을 때, SHBG 수치가 미친 듯이 솟구쳐 오르며 테스토스테론을 몽땅 묶어버릴 때, 그걸 살짝 눌러주는 임무.

그게 끝이다.


이미 수년째 크루징 중인 보디빌더들?

걔들 SHBG는 땅바닥을 기어 다닌다.

그런 놈들이 프로바이론을 왜 쓰냐?

쓸 이유가 없다.


참고로, SHBG 수치가 낮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다.

SHBG 수용체 복합체라는 것도 있다.

이건 또 다른 근육 합성 경로다.

무조건 SHBG를 박살 내면 한 팔 묶고 싸우는 꼴 난다.


프로바이론으로 SHBG 수치 한 자릿수 만들었다고, 성욕 폭발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현실은?

곧튜 한 번 안 서는 불감증 지옥에 빠진 친구들, 여럿 봤다.

왜냐?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DHEA? 프레그네놀론?

그건 HRT 영역이다.

외부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때려 박는 순간, 몸의 부신은 파업을 선언한다.

그 타이밍에 DHEA와 프레그네놀론 생산도 멈춘다.

그래서 보충하는 거다.


인지기능, 웰빙, 성욕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정비용.

이걸로 근육 키우겠다고?

그 생각 자체가 이미 끝난 거다.


아로마신?

얘도 경구 스테로이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역할이 다르다.

아로마타제에 붙어서 동반자살하는 자살 특공대.

에스트로겐 전환을 막는 방패다.


알닥톤?

알도스테론 수용체를 막고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이뇨제다.

하지만 문제는, 안드로겐 수용체도 같이 막아버린다는 점.

3일 이상 쓰면?

근육의 단단함과 모양이 완전히 무너진다.


이건 무대 직전, 혹은 비행기 타기 전후로 짧게 쓰는 전략용이다.

이걸 장기전으로 남용하면?

그건 그냥 바보다.

이제 본 게임에 들어간다.

17알파 알킬화.

이 지옥군단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1.아나바 (옥산드롤론)

간을 슬쩍 긁고 신장으로 도망가는 교활한 놈이다.

그래서 간 수치는 상대적으로 덜 튄다.

하지만 신장은 다르게 반응한다.

논문? 거기선 절대 안 보인다.

현장에선?

아나바 쓰고 소변에 피 비치는 놈들 많다.

혈액검사? 멀쩡하게 나온다.

근데 몸은 비상사태를 외친다.

그걸 무시하고 달리면?

신장 나간다.


진짜 아나바는 25mg만 써도 몸이 뻑뻑하게 잠기고 쥐어짜는 느낌이 온다.

50mg 넘게 먹고 아무렇지 않다고?

그건 디볼이나 밀가루 섞은 짝퉁을 돈 주고 삼킨 거다.


아나바는 여성, 또는 체지방 8% 미만으로 깎은 보디빌더가 마지막 데피니션을 위해 쓰는 조각칼이다.

오프시즌에 이걸 쓴다?

그건 그냥 돈지랄이다.


2. 튜리나볼

아나바의 오프시즌 버전.

에스트로겐 전환 없이 조용히 근육과 힘을 붙인다.

펌핑은 약하나, 수분 정체나 혈압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디볼의 부작용이 겁나는 하수들이 선택하는 대안이다.


3. 디아나볼 (디볼)

오프시즌의 폭군.

먹고 운동하면 쇠질이 아니라 황홀경이다.

펌프감?

이건 진짜 예술이다.

하지만 대가가 따른다.

에스트로겐 전환으로 인한 수분 정체, 여드름, 그리고 미친 혈압 상승.

스쿼트 하다가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다?

그건 디볼이 혈관에 보내는 경고다.

제대로 통제 못할 거면 애초에 손대지도 마라.

4. 아나드롤

현존 최강의 덩치 제조기.

하지만 식욕을 박살낸다.

4주만 지나면 밥이 목에 안 넘어간다.

간 독성은 기본이고, 적혈구 수치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려 혈액이 끈적끈적해진다.

이거 돌리고 혈전으로 뇌출혈 맞고 죽고 싶지 않다면 헌혈할 곳부터 찾아놔라.

무대 직전 탄수 로딩할 때 2~3일 쓰는 전략도 있다.

단 하루만 더 써도?

몸이 수분으로 덮이면서 조각이 뭉개진다.

그 타이밍은 감으로 잡는 게 아니다.

수없이 쌓인 데이터로 조율해야 하는 영역이다.


5. 슈퍼드롤, 할로테스틴

이건 병사도 아니다.

악마다.

슈퍼드롤은 아나드롤보다 두 배는 강력한 간 독성을 단시간에 뿜어낸다.

2주만 써도 간이 비명을 지른다.

할로테스틴은 코르티솔 수용체를 막고, 극한의 다이어트 상태에서도 근육을 방어하는 최종병기다.

대신, 뇌의 공격성 스위치를 켜버린다.

이거 쓰고 훈련하다가 관절이나 근육 찢은 놈들, 트럭에 실어도 모자란다.

파트너랑 싸우고, 애들한테 소리 지르고, 인간관계 박살 나는 건 덤이다.

이건 무대 위에서 통제력을 100% 장악한 보디빌더만이 만질 수 있는 약이다.

하수는 쳐다보지도 마라.

경구제의 철칙은 단 하나.

간과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것.

TUDCA로 담즙 흐름을 뚫고, NAC로 간세포에 방탄조끼를 입혀라.

섬유질도 필수다.

몸이 만든 독소를 똥으로 내보내는 청소부다.

이 기본도 안 하면서 경구제를 입에 털어 넣는 건, 안전핀 뽑힌 폭탄을 해체하겠다는 미친 짓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경구제는 단거리용이다.

이걸로 마라톤 뛰려는 놈은 병원 침대에서 결승선을 맞이하게 된다.

모든 건 용량과 기간, 그리고 타이밍에 달려 있다.

혈액검사?

그건 몸의 항해일지다.

그걸 무시하는 순간, 암초 박고 침몰하는 건 순식간이다.

진짜 고수는 어떤 약을 쓰느냐가 아니라,

언제 끊을지를 아는 자다.

시스템을 지배하는 자와, 약물에 끌려다니는 자의 유일한 차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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